공정한 사회’가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장·차관 워크숍에서 진정한 일류국가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공정한 사회’를 제시하면서 “공직사회, 권력을 가진 자, 힘을 가진 자, 가진 사람, 잘사는 사람이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 제일주의라는 기조 아래 밀어붙이기로 국정을 운영하던 이 대통령이 8·15 대국민 담화 이후 계속 공정사회를 외치는 것은 일단 평가할 만하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딸 특채파문과 관련해 전격 경질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문제는 대통령의 공정성 강조에 자기반성과 구체성이 없다는 점이다. 현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종합부동산세, 소득세, 법인세 완화를 통해 부자와 대기업들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었다. 이른바 부자감세다. 또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복지 예산이 크게 줄었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 워크숍에서 날로 심화하는 소득 격차와 고용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러한 것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공정한 사회를 언급한 것과 괴리가 있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정한 사회가 정치적 수사로 끝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이러한 괴리가 발생한 이유는 이 대통령이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공정사회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일례로 행정안전부가 8·15 대통령 담화 직전 발표한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개편안을 들 수 있다. 행안부는 행정고시의 경우 서류와 면접만으로 정원의 50%를 특채로 뽑겠다고 밝혔다. 또 외무고시는 외교 아카데미로 대체하는 한편 언어·기능·지역별로 전문가를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고시제도가 각종 사회적 문제와 공직사회의 부정적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편은 시급하다. 하지만 정부의 개편안은 능력자와 자격증 소지자를 뽑겠다는 것 외에는 다른 내용이 없다. 개편안은 현 정부의 실력 우선주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특권층을 위한 제도로 전락할 우려마저 있다. 공정성에 대한 관심이 결여돼 있다.

정부가 공정사회를 얘기하려면 이에 대한 개념정리부터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는 불평등을 인정하지 않는 반면 자본주의 국가는 개인의 능력을 중시한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까지 후자를 적극 추구해왔다. 그러나 공정사회는 이 둘 중 어느 하나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윤리학자이며 정치철학자인 존 롤스는 정의로운 국가란 ‘차등이나 불평등을 정당화할 수 있는 국가’라면서 ‘공정한 절차’를 강조했다. 공정한 절차의 핵심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회의 균등’이다. 여기에는 엄격한 도덕성도 포함된다. 현 정부가 개념조차 확실히 하지 않고 공정사회만 외친다면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를 이루고 싶다면 우선 발상부터 바꾸어야 한다. 기존의 실적 만능주의와 개발주의적 사고는 결코 공정한 사회와 양립할 수 없다. 둘째, 대통령은 지금까지 목적 달성을 위해 법과 원칙, 여론수렴보다는 오직 밀어붙이기에만 집중해왔다. 이제는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는 국정운영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기존 정책들을 재검토해 사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정책들을 수정해야 한다. 부자감세를 계속하면서 공정한 사회를 외치는 것은 모순이 되지 않겠는가. 넷째, 고위공직자들 중에서 공정한 사회에 어긋나는 사람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공정성을 외면하는 바람에 현 정부에 그러한 사람이 너무 많다.

근본과 말단이 전도된 `공정사회 구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을 외교부에 특별채용한 것을 둘러싸고 나타난 최근 여당과 청와대의 일련의 반응을 보면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사회' 구현론에 어떠한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들이며, 따라서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드러내주는 반면교사의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파문을... »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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